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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분 경제] 은행장 흔드는 보이지 않는 손
카페 관리자     2020.02.11 17:47:45


금융감독원, 일반인들에게는 다소 생소한 기관이지만 금융회사에 몸담고 있는 사람들에게는 오금을 저리게 만드는 `저승사자`와 같은 존재입니다. 흔히 줄여서 금감원이라고 부르는 이 기관은 예금자나 투자자를 보호하는 업무를 전담하기 위해 금융위원회 산하에 만들어진 특수법인입니다. 금감원은 국내 금융회사들을 감독하고 이를 통해서 건전하고 공정한 금융거래를 유지할 수 있도록 합니다.


사실 과거에는 은행 감독은 한국은행 은행감독원이, 증권 감독은 한은 증권감독원이, 보험 감독은 한은 보험감독원이 각각 재정경제부(현 기획재정부)와 함께 나눠서 맡았습니다. 그렇게 다원화돼 있던 금융 감독체계를 하나로 통합해 효율화하기 위해 1999년에 만든 게 금감원이고, 그렇다 보니 금융에 관한 모든 감독 권한이 금감원에 집중되는 결과를 가져왔습니다.



금감원은 금융지주회사부터 은행과 증권사, 보험사, 신용카드사, 저축은행 등 모든 금융회사들의 건전성을 감독하고, 영업과 상품을 인허가하고 리스크 관리, 소비자 보호 등에 개입합니다. 특히 그 아래에 분쟁조정위원회와 제재심의위원회를 둬 금융회사와 소비자들 간 분쟁을 조정하고, 잘못을 행한 금융회사를 벌하는 조치를 결정하는 권한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것이 금감원을 저승사자로 보이게 만드는 가장 큰 힘인 셈이죠.

이렇게 금감원 얘기를 주저리주저리 한 건 최근에 금감원의 제재가 국내 대표 금융회사 중 하나인 우리금융지주 회장과 우리은행 행장을 겸직하고 있는 손태승 회장의 명줄을 쥐고 흔드는 일이 화제가 되고 있기 때문인데요. 사건은 대략 이렇게 흘러왔습니다. 



많이들 들어봤을 텐데요, 국내 자산운용회사들이 독일을 비롯한 해외 국채금리와 연계된 파생결합펀드(DLF) 수천억 원어치를 여러 은행들을 통해 판매한 일이 있었고, 마침 해외 금리가 급락하면서 투자자들이 원금을 거의 다 까먹는 일이 벌어졌습니다. 특히 문제가 된 것은 판매하는 은행들이 이 상품의 위험성을 투자자들에게 제대로 알리지 않았을뿐더러 일부에선 어르신들에게 강요하다시피 해서 펀드를 팔거나 아예 투자성향을 조작해서 강매하는 불완전 판매가 이뤄졌다는 대목이었습니다. 

당연히 투자금을 거의 다 까먹게 된 투자자들은 분노했고, 이 문제 해결을 위해 분쟁조정위원회를 연 금감원은 은행들이 책임을 지고 피해자들의 손실액 중 최고 80%까지를 배상하라고 결정했습니다. 상황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습니다. 이어 열린 제재심의워원회에서는 이런 부당한 판매행위를 은행 최고경영자(CEO)들이 몰랐을 리 없다며 문제가 된 손태승 우리은행 회장과 함영주 하나금융지주 부회장에게 중징계를 매겼습니다. 금융회사 임원에 대한 제재는 가장 강력한 해임권고부터 직무정지, 문책경고, 주의적경고, 주의 등 5단계로 나뉘는데요, 이번에 손 회장이 받은 건 문책경고였습니다. 이를 받은 금융회사 임원은 향후 2년간 연임과 금융권 취업 제한을 받게 됩니다. 

때마침 손 회장은 오는 3월에 열리는 우리금융지주 주주총회에서 연임하기로 확정된 상태였습니다. 금감원 제재심 결정이 주총 이전에 내려지면서 손 회장의 연임에 제동이 걸리는 상황이 됐는데, 손 회장은 일단 먼저 사퇴하지 않는 쪽으로 결정했습니다. 이러면 금융당국에 이의를 신청하거나 법원에 효력 집행정지 가처분 신청을 하는 등 법적 대응을 해야 할 수 있습니다.



이처럼 금감원의 제재 조치가 한 금융그룹의 최고 거버넌스(지배구조)를 뒤흔드는 일이 벌어지다 보니 금융권에서는 금감원의 조치가 지나치다는 불만들이 나오고 있습니다. 사실 이런 위험한 상품 판매를 인가해준 쪽은 금감원인데, 투자자 피해가 생기면 금융회사들에게만 책임을 떠넘기고 있다는 거죠. 또 일부 은행 직원들의 부적절한 판매행위가 있었다고 해서 CEO를 강제로 끌어내리는 게 과연 적절한가에 대한 문제 제기도 있습니다.

물론 미국 JP모건이나 모건스탠리, 씨티그룹 같은 곳에서 이런 일이 벌어졌다면 내부통제로 은행 CEO가 물러났을 수도 있습니다. 그만큼 엄격한 내부통제시스템을 가지고 있습니다. 다만 `내부`통제라는 말에서 알 수 있듯이 이는 은행 스스로가 판단해야 할 문제라는 겁니다. CEO를 견제하는 이사회나 감사위원회 등이 제대로 작동한다면 문제가 된 CEO를 내부 압력으로 끌어내릴 수 있어야 한다는 겁니다. 외부에 있는 금융당국이 압력을 행사해 CEO를 물러나게 하는 건 후진적인 방식이죠.

법적 토대를 갖춰 금융회사 내부통제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도록 돕는 게 당국이 할 일입니다. 금감원 스스로는 자랑스러울 지 모르겠으나 하루라도 일찍 `저승사자`라는 별명에서 벗어나는 게 더 중요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본 조사분석 자료는 당사가 신뢰할 만한 자료 및 정보를 기초로 참고가 될 수 있는 정보제공을 목적으로 작성된 자료이나, 그 정확성이나 완전성을 보장할 수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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