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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인썸] 폭락장에 ‘김치 프리미엄’은 왜 발생했을까
카페 관리자     2020.03.18 18:48:24

검은 목요일로 금융시장에 한 획을 그은 지난 3월 12일. 확고한 안전자산 지위를 가졌던 금과 채권마저 폭락할 정도로 시장의 유동성은 경색됐습니다. 최근 ‘디지털 금’이라는 별칭이 생긴 비트코인도 하락을 면치 못했죠. 검은 목요일 다음 날인 3월 13일 오전에는 비트코인이 한때 4000달러 밑으로 내려가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비트코인 가격이 4000달러 밑이면 한국에 있는 암호화폐 거래소에서는 못해도 500만원 밑으로 내려갔어야 합니다. 달러 환율이 오른 3월 16일 오후 기준으로 4000달러를 계산해도 487만 2000원이 나옵니다. 4000달러 밑이면 비트코인 가격이 487만원보다 더 낮아야 하는 게 맞죠. 하지만, 한국 암호화폐 거래소 가격은 13일 최저점을 형성할 때도 550만원 선을 방어했습니다. 왜 이런 현상이 일어나게 된 걸까요? 

‘김치 프리미엄’과 ‘역 프리미엄’

2017년 암호화폐에 역대급 불장이 왔던 그날. 한국 암호화폐 시장에 한 가지 특이한 현상이 발생했습니다. 바로 ‘김치 프리미엄’. 이야기에 앞서 암호화폐 업계에서의 프리미엄이란, 24시간 운영하는 거래소 간의 시세 차이로 인해 특정 국가의 암호화폐 가격이 다른 나라보다 높을 때 일어나는 현상을 일컫습니다. 여기서 김치 프리미엄은 다른 나라에 비해 유독 한국의 암호화폐 시세가 높게 형성됐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이었죠. 형성되는 이유는 다양합니다. 2017년 불장 당시에는 한국이 일시적으로 시장 거래량을 주도해 김치 프리미엄이 크게 발생했습니다. 이번 ‘검은 목요일’에는 외국에서 쏟아진 많은 매도 물량을 국내 거래소가 한 번에 따라잡지 못해 발생한 김치 프리미엄이었는데요, 이번 프리미엄은 바로 뒤에 말씀드릴 재정거래 유인 저하와 매도 저항으로 인해 한동안 없어지지 않고 계속되기도 했습니다.

2017년 불장 당시 가격차가 컸을 땐, 일시적으로 외국에 비해 한국 거래소에서 수십 퍼센트의 김치 프리미엄이 발생해 이를 이용한 ‘재정거래’가 성행하기도 했습니다. 재정거래란 시세 차이를 이용해 가격이 낮은 해외 거래소에서 암호화폐를 구매한 후, 가격이 높은 국내 거래소에 팔아서 수익을 내는 방식을 뜻합니다. 당시 재정거래를 전문적으로 하는 사람들을 커뮤니티에선 ‘보따리상’이라고 불렀죠. 이곳저곳에서 ‘암호화폐’라는 일종의 상품을 떼다 파는 모습이 흡사 보따리상 같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2018년 하락장 이후 보따리상은 점점 모습을 감추게 됩니다.

반면 ‘역 프리미엄’은 한국 거래소의 암호화폐 시세가 외국보다 낮을 때 형성됩니다. 원인은 주로 한국에서 큰 이슈가 터졌을 때나 하락장이 길게 이어지는 지점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2017년 한국에 암호화폐 규제 이슈가 크게 터졌을 때 한국 시장이 먼저 급락하면서 외국과 시세에 괴리가 발생해 역 프리머엄이 터진 바 있습니다. 또한, 2018년 이후 겪은 긴 하락장의 초입에서도 역 프리미엄이 발생했습니다. 불장 막바지에 한국에서 많은 거래량이 발생하면서 그간 열기에 대한 반작용으로 역 프리미엄이 일어난 것이죠.

이번 김치 프리미엄이 쉽게 꺼지지 않는 이유?

2017년 불장의 경우 김치 프리미엄이 치솟는 폭이 매우 컸지만, 반대로 빨리 진압되기도 했습니다. 규제가 정해지지 않은 상황 속에서 보따리상이 열심히 재정거래를 써먹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불장이 끝나고 난 이후 시장이 우하향하는 흐름을 보이자 프리미엄 발생 빈도가 줄어들기 시작합니다. 또 다른 원인으로는 재정거래에 대한 규제가 가해지기 시작했습니다. 재정거래는 외환 유출 등의 우려가 있기 때문에 규제당국에서 비교적 빨리 손을 쓴 것입니다. 이에 대한 판례도 있습니다. 결과만 미리 말씀드리면 해당 재판에 세워진 재정거래 보따리상은 의외로 지방법원에서 무죄 판결을 받았습니다.

미국 거주자 통해 재정거래 시도했던 국내 보따리상

우선 원고인 검찰은 무슨 근거로 국내 보따리상을 기소한 걸까요. 피고인인 보따리상은 해외 거래소의 암호화폐를 그냥 매입할 수 없었습니다. 2017년이라서 규제가 하나도 없었을 것 같지만, 각 거래소에서 기본적인 KYC(고객인증)나 보안 인증은 공통적으로 실시하고 있었습니다. 특히 법정통화로 암호화폐를 구매하는 일에는 상당한 제약이 따랐습니다. 이미 미국을 비롯한 주요 국가에서 철저히 차단했기 때문입니다. 당시 미국의 허가를 받아 정식으로 관리·감독을 받는 거래소를 제외하면 달러로 암호화폐를 구입하기란 매우 힘들었습니다. 장외거래나 직거래가 아닌 이상 말이죠.

결국 피고인이 ‘보따리’를 효율적으로 하려면 미국에 허가를 받은 거래소에서 즉시 암호화폐를 구매할 수 있어야 했습니다. 그런데 당시 미국 허가 거래소에서 외국인은 암호화폐를 구매할 수 없게 돼 있었습니다. 그래서 미국에 거주하고 있는 지인들에게 부탁하는 방식으로 보따리를 계획하게 됩니다.

방식은 이랬습니다. 피고인이 미국 지인들에게 현금을 전송하면, 지인들이 미국에서 암호화폐를 구매합니다. 그리고 구매한 암호화폐를 피고인에게 전달하면 김치 프리미엄이 형성된 국내 거래소에 비싼 가격으로 판매합니다. 피고인은 이러한 방식을 반복하며 2018년 1월 2일경부터 3월 3일경까지 총 462회에 걸쳐 129만 9586 달러를 지인들에게 송금했다고 합니다. 검찰은 이러한 정황을 토대로 피고인을 기소한 것이죠.

국내 외국환거래법 기준은?

보따리 자체가 해외송금 및 외환 질서와 얽혀 있으니 처벌 기준이 되는 법은 당연히 국내 외국환거래법이 될 수밖에 없습니다. 검찰의 기소 기준도 외국환거래법과 관련이 있습니다. 첫 번째 핵심 쟁점은 ‘미신고’입니다. 외국환거래법에 따르면 외환 거래를 했을 때 국내 거주자가 한국은행 총재에게 신고를 해야 합니다.

반면 피고인은 외환 거래 과정에서 신고를 하지 않았는데요. 여기서 두 번째 쟁점이 등장합니다. 바로 신고 기준이 되는 액수입니다. 거래 규모가 ‘10억 이상’일 때 신고 대상이 된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피고인의 경우 총 송금액이 129만 9586달러로, 환율이 낮았던 2017년 기준으로 약 14억 원을 거래했습니다. 검찰이 단지 ‘보따리’를 했다는 정황만으로 피고인을 기소했던 게 아닌 셈입니다.

함정 카드 발동, 3000달러 이하는 괜찮다?

이렇게 결정적인 근거를 잡았는데도 법원이 피고인에게 무죄 판결을 내린 이유는 무엇일까요? 여기서 마지막 쟁점이 나옵니다. 1건당 3000달러 이하로 해외 송금을 할 경우 거래외국환은행 지정이 필요 없고, 연간송금액 한도인 5만 달러가 차감되지 않는다는 것이죠. 피고인이 참 영리하죠. 이를 미리 파악하고 송금을 할 때 3000달러 이하로 금액을 나눠서 보냈습니다. 관련 증거 자료도 제출했습니다. 법원은 결국 종합적인 판단 끝에 “3000달러 소액 송금은 연간송금액 한도를 피하기 위해 그런 것이지, 10억원을 넘지 않도록 거래 액수를 분할하는 쪼개기 방식의 거래 행위를 하였다고 볼 만한 정황이 없다”고 결론을 내렸습니다.

다만 미국 지인들이 해외 거래소에서 암호화폐를 매수할 때, 거래소 자체에서 설정한 거래한도 제한에 대해서는 처벌의 여지를 남겼습니다. 당시 미국 거래소는 거래 한도를 하루 2만 5000달러로 설정했다가 나중에 지인A는 하루 5만 달러, 지인B는 하루 10만 달러로 높였다고 합니다. 이때 피고인은 지인A에게 9999달러~25000달러를, 지인B에게는 2만 4000달러~10만 달러를 송금했다고 합니다. 법원은 “만약 3000달러를 초과하는 해당 금액이 사실이라면 이에 대한 과태료를 부과할 수는 있다”고 밝혔습니다. 곧, 3000달러 이하로 ‘쪼개기 송금’해 액수가 총 10억 원을 넘었다는 검찰의 주장에 대해선 증거 불충분을 이유로 그렇게 볼 수 없다는 것이 법원의 최종 입장인 셈입니다.

재정거래 시도하기엔 달라져버린 환경

해당 판결을 통해 알 수 있는 것은 규제 안에서 재정거래로 이익을 보려면 큰 폭의 김치 프리미엄이 발생해야 한다는 점입니다. 이젠 적어도 재정거래 측면에선 2017년 이전처럼 자유롭게 ‘보따리’를 쌀 수 있는 환경이 안됩니다. 이를 감안하고서라도 김치 프리미엄을 이용하려면 15% 정도 이상의 격차가 필요한데, 그에 해당되는 김치 프리미엄은 아주 일시적으로 발생했죠. 

한 암호화폐 관계자에 따르면 거래소 송금 문제도 있는듯합니다. 시세 격차가 발생했을 때 거래소가 옛날처럼 출금 승인을 빠르게 해주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과거와 달리 거래소도 각종 장치를 마련해놓은 셈입니다.

프리미엄 발생 시 취해야 할 전략?

보따리상이 설자리는 좁아졌습니다. 하지만, 세계 단일 암호화폐 거래소가 형성되지 않는 한 프리미엄은 앞으로도 계속해서 일어날 현상입니다. 그렇다면 투자자는 프리미엄 발생 시 어떤 전략을 취해야 할까요. 우선 포트폴리오 다변화가 필요할 것 같습니다. 어느 한쪽 거래소의 단일 암호화폐만 보유하고 있으면 프리미엄 현상이 발생했을 때 대응할 수 있는 수단이 거의 없게 됩니다. 반면 국내외 여러 거래소에서 암호화폐를 보유하고 있으면 프리미엄 발생 시 전략적 대응이 가능합니다. 앞으로 규제 이슈가 나올지 모르지만, 테더 등의 스테이블 코인을 보유했다가 프리미엄 발생 시 이용하는 전략도 괜찮은 방법입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프리미엄 시세에 흔들리지 않는 일입니다. 김치 프리미엄이 왔는데 섣불리 매수하거나, 역 프리미엄이 왔는데 공포감에 서둘러 매도를 하게 되면 손해를 볼 확률이 큽니다. 투자의 본질이 되는 평정심 유지가 프리미엄 발생 시에도 필요한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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