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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인썸] 저성장 늪에 빠진 블록체인… ‘킬링 앱’을 찾아라
카페 관리자     2020.05.20 17:19:55


최근 이오스(EOS) 개발사 블록원의 임직원 수가 300명을 넘었다는 소식이 나왔습니다. 대부분 소프트웨어 팀으로 구성된 개발자라고 합니다. 이를 두고 업계에서는 한 가지 우스갯소리가 나오는데요, "만약 이들이 모두 이오스 기반 디앱(탈중앙화 애플리케이션)을 사용한다면 지금보다 일일 활성화 수는 갑절 늘어날 거다"라는 말입니다. 이게 무슨 말일까요. 디앱 분석 업체인 디앱리뷰(Dapp Review)의 통계에 따르면 대다수 이오스 기반 디앱의 일일 활성 이용자 수는 100명이 채 안 됩니다. 그나마 인기 있는 디앱이 100명을 겨우 넘기는 수준입니다. 개발자 수가 이용자보다 더 많은 것이죠.



블록체인 업계, 더딘 성장… 이유는?


이러한 현상은 이오스만 겪는 게 아닙니다. 가상자산(암호화폐) 거래소를 제외하면 대다수 블록체인과 가상자산 프로젝트의 이용자 수는 처참한 수준입니다. 성장 속도도 더딥니다. 대체 그 이유가 뭘까요.

업계는 크게 두 가지 이유를 꼽습니다. 먼저, 블록체인의 높은 진입장벽과 업계가 뒤집어쓴 오명입니다. 일반인에게 난해한 개념과 현존 기술 대비 떨어지는 성능, 복잡한 프라이빗키 관리, 형편없는 사용자경험 등이 이용자의 접근을 가로막습니다. 업계를 향한 따가운 시선도 한몫합니다. 각종 사기가 판을 칩니다. 수많은 피해자들이 속출하면서 정부는 시장 활성화에 제동을 걸었습니다. 가상자산공개(ICO)를 전면 금지하고 거래소에 실명계좌를 내주지 않고 있습니다. 정부의 입장을 이해 못하는 건 아닙니다만, 업계 전체가 고스란히 피해를 입는 건 어찌 보면 불합리합니다. 상당수의 건전 프로젝트들은 억울함을 호소하고 있습니다.


킬링 앱을 찾아라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이러한 한계를 뛰어넘을 수 있을까요. 업계 내부적으로 볼 때 가장 좋은 해법은 킬링 앱의 출현입니다. 사용성이 뛰어나면 사람들은 저절로 모여들기 마련입니다. 외부적으로는 당국이 명확한 규제 가이드라인을 내놓는 것입니다. 가상자산(암호화폐)은 무조건 사기라는 식의 불합리한 프레임을 걷어내고, 일부 불법 프로젝트만 제재하는 방식입니다. 이는 큰돈을 움직이는 기관들의 진입을 위해서라도 반드시 거쳐야 하는 밑작업입니다.

말은 쉽지만, 과연 실현 가능할까요. 킬링 앱을 내놓는 건 생각보다 훨씬 어렵습니다. 이더리움만 봐도 알 수 있죠. 합의 알고리즘을 작업증명(PoW)에서 지분증명(PoS)으로 전환하는 '이더리움2.0'의 토파즈 테스트넷이 지난 4월 오랜 기다림 끝에 가동됐습니다. 이더리움 초기 때 계획했던 게 이제서야 결실을 맺기 시작한 겁니다. 하지만 아직 기뻐하긴 이릅니다. 업계는 이더리움2.0이 실제 사용 가능하려면 적어도 2년은 더 걸릴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습니다. 일부는 후발주자 프로젝트들에 관심을 보이기도 하나, 이들 역시 단기간 내 상용화 단계에 이르긴 힘든 상황입니다.

최근 주목을 받고 있는 법정화폐 기반 스테이블코인은 어떨까요. 대표적인 게 테더(USDT)입니다. 달러와 1:1 가치를 연동합니다. 자국 돈으로 가상자산을 매수하기 곤란한 지역의 사람들은 주로 테더를 이용합니다. 일종의 기축통화인 셈입니다. 하지만 규제 당국과 마찰이 끊이지 않고, 충분한 달러를 예치하고 있는지 의심을 받고 있는 게 테더의 한계로 지적됩니다.


공룡들이 움직였다… 결과는?

이미 대규모 이용자를 확보한 경우라면 어떨까요. 사람들이 널리 사용하고 있는 서비스에 블록체인이나 가상자산(암호화폐)을 결합하는 방식 말입니다. 대표적 사례가 비트코인 상장지수펀드(ETF), 텔레그램의 톤(TON), 페이스북 리브라(Libra)입니다.



먼저, 비트코인 ETF는 전통 금융시장에 이미 존재하는 ETF에 비트코인을 가미한 상품입니다. 전통 시장에 익숙한 투자자들을 가상자산(암호화폐)으로 유인하는 효과가 있죠. 비트코인 ETF는 당국의 허가를 사전에 받아야 하기 때문에 합법적이고 신뢰할 만하다는 게 장점입니다. 잘만 하면 비트코인이 금융 주류 시장에 들어설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고요.

하지만 앞서 언급했듯 당국의 허가가 전제돼야 합니다. 지금까지 미 금융 당국은 단 한 건의 비트코인 ETF도 승인하지 않았습니다. 제미니 거래소 설립자인 윙클보스(Winklevoss) 형제는 수차례 미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신청서를 제출했지만 번번이 거절당했습니다. ‘비트코인 시세 조종에 대한 우려’가 거절 이유죠. 지난해 6월 제이 클레이튼(Jay Clayton) SEC 위원장은 “비트코인 ETF가 허가를 받으려면 신뢰할 수 있는 자산 운용 방안과 시장이 조작되지 않았다는 점을 명확히 해야 한다”고 강조하기도 했습니다.
 


텔레그램의 블록체인 프로젝트 톤(TON)도 한동안 높은 관심을 받았는데요. 텔레그램은 지난 4월 기준 월 이용자 수가 4억 명에 달하는 큰 영향력을 지닌 글로벌 메신저입니다. 가상자산 시장을 눈여겨 본 텔레그램은 2018년 초 블록체인 프로젝트 톤을 선보였습니다. 17억 달러 자금을 수혈받으며 단숨에 블록체인 업계 기대주로 떠올랐죠. 일각에서는 규제가 아직 확립되지 않은 이때가 텔레그램에게는 적기라고 관측했습니다. 규제가 나오면 훨씬 더 많은 비용이 들기 때문인데요. 반면 우려의 목소리도 컸습니다. 당국이 손 놓고 두고 보지만은 않을 거라는 전망이었습니다. 예상은 적중했습니다. SEC는 텔레그램을 증권법 위반으로 고소했고, 뉴욕 남부연방지방법원은 미국과 해외에서 텔레그램의 토큰 발행을 금지한다고 판결했습니다. 텔레그램은 부당한 판결이라고 반발했지만 결국 프로젝트는 전면 중단됐습니다. 당국의 강경한 제재에 패배를 선언한 것이죠.



페이스북이 추진하는 리브라(Libra)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톤보다 당국의 견제가 더 거셌습니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게, 페이스북은 전 세계 27억 명의 사용자를 보유한 명실상부 세계 최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입니다. 전 세계 인터넷 사용자 43.9억 명인 점을 고려하면 1.6명당 1명은 페이스북 이용자라는 의미죠.
 
지난해 6월 리브라 프로젝트를 공개한 이후부터 지금까지 페이스북은 전방위로 거센 비판을 받았습니다. 리브라가 한 국가의 화폐 주권을 훼손한다는 국가 위협론까지 제기됐습니다. 페이스북은 결국 리브라를 여러 국가의 통화로 구성한 통화 바스켓이 아닌, 단일 국가의 화폐와 연동하는 방식으로 바꾸겠다며 한발 물러났습니다. 또한 규제를 최대한 준수하겠다는 적극적 의지도 명확하게 밝혔습니다. 그럼에도 여전히 당국은 리브라에 대해 불편한 기색을 거두지 않고 있습니다. 이미 대규모 이용자를 보유한 서비스라도 한계를 뚫기가 결코 쉽지 않은 것이죠.  
 
좌절하기엔 아직 이르다
그렇다고 해서 모든 시도가 무의미하다고 볼 수는 없습니다. 도전과 실패를 반복하는 과정에서 시장은 성장합니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킬링 앱을 개발하는 노력을 그치지 말아야 합니다. 한발 물러서더라도 당국과 끊임없이 의견을 조율해야 합니다.
 
비트코인이 등장한지 10년의 시간이 지났고, 그 사이 블록체인은 느리지만 조금씩 성장하며 산업 전반에 스며들고 있습니다. 인고의 시간은 결코 헛되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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